Full-Stack

[가상화⑬]CIO가 깨뜨려야 할 가상화 환상 5가지

필군~ 2010. 2. 24. 09:31

데스크톱 가상화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 클라이언트(Thin Client)라고도 불리는 데스크톱 가상화 환경을 구현하면 임직원들의 데스크톱 업무 환경이 ‘슬림’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비용까지 슬림해지는 것은 아니다. 데스크톱 가상화는 비용이 아닌 보안, 관리 용이성,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비즈니스 공백을 줄여주며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면서 단순 PC 비용 절감 이상으로 비즈니스에 기여한다.

데스크톱 가상화나 서버 가상화, 스토리지 가상화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기업에 맞는 데스크톱 가상화 방식이 있고 서버 통합에 앞서 업무 분석과 애플리케이션 이용 분석이 먼저다. 가상화에 대한 장밋빛 환상은 가상화 기술을 현실 아닌 신기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아래에서 가상화에 대해 가장 많이 갖는 환상 5가지를 정리했다.

Q1. 데스크톱 가상화를 하면 기존 PC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비용이 줄어든다.

A1.그렇지 않다. MS 윈도나 오피스를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이 아니라 중앙 서버에 둔다고 해도 MS 윈도나 오피스 라이선스 비용은 사용하는 클라이언트 숫자만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데스크톱 가상화를 구현하는 초기에는 가상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구축 비용에다 기존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비용 등이 더해져 눈에 보이는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

비용 절감 효과는 헬스데스크 및 데스크톱 관리 업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직원 숫자가 많을수록 IT관리자들은 소모적인 데스크톱 관리 업무와 직원들의 문의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되는데,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는 이 소모적인 업무를 대폭 줄여주기 때문에 IT 조직 운영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다.

데스크톱 가상화,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를 하는 이유는 클라이언트 환경에 대한 관리 용이성과 보안, 그리고 임직원들의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다. 클라이언트 가상화를 하면 클라이언트 환경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보안 업데이트, 패치 등의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또 다양한 클라이언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운영체제의 버전이나 종류가 달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 사라진다.

그리고 인터넷이 접속되는 곳이면 내 노트북, 내 PC가 없어도 마치 내가 쓰던 데스크톱 환경인 것처럼 업무를 볼 수 있다. 서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끌어와 쓰기 때문에 보안 역시 강화된다. 클라이언트 가상화 설정에 따라 데이터를 모두 서버에 두도록 한다면, 노트북을 잃어버려도 데이터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Q2. 서버 가상화를 하면 별다른 지식 없이도 하드웨어 인프라 관리를 할 수 있다.

A2. 오히려 더 많은 지식과 더 높은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VM웨어가 서버 가상화 시장을 석권한 데에는 손쉬운 사용이 주효했다. 시스템 관리자들은 매뉴얼을 뒤적이며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가상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 환경은 뒤탈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 환경에서 일상적인 관리 업무 그 자체는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르나 시스템 관리자는 서비스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가상화된 서버에서 여러 가상 머신들은 서로에 대해 독립적이지만 최적의 가상 환경을 꾸리기 위해서는 시스템 분석과 업무 분석, 애플리케이션 분석, 사용 패턴 등이 모두 다 고려돼야 한다.

이런 연관성을 반영하지 않는 가상화 환경은 추후에 메모리 증설, CPU 증설, I/O 대역폭 확장 등 추가적인 하드웨어 증설을 요구하게 된다. 가상화로 인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스템 아키텍트가 아닌 서비스 아키텍트가 필요하다. 즉 시스템 혹은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서비스 관리자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서버 관리자, 네트워크 관리자, 애플리케이션 관리자 등 각 부문별로 담당 관리자가 나뉘어져 있으나 서버 가상화 환경에서 최적의 구성을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다 파악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업무 분석 능력도 필수다. 한 마디로, 서버 가상화에서는 관리자의 일상적이고 소모적인 관리 업무는 줄어들지만 서비스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Q3. 서버 가상화를 하면 관리 대상 서버가 확 줄어든다.

A3.서버 가상화를 하면 물리적인 서버 대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애가 일어나는 포인트도 그만큼 줄어든다. 또 서버 숫자가 줄기 때문에 네트워킹과 케이블링 작업이 대폭 줄어든다. 데이터센터의 상면 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단지 서버뿐만 아니라 수반되는 네트워크 장비, 케이블링 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관리해야 할 서버는 더 늘어난다. 각 가상머신도 독립된 서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리적인 서버 숫자를 80대에서 20대로 줄이고 각 서버마다 가상 머신을 5대씩 구성했다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관점에서는 관리 대상 서버는 100대로 오히려 늘어난다. 각각의 가상 머신에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테스트 환경에 대해 자원 현황을 파악하거나 배치하는 것은 고스란히 관리자의 몫이다.

물론 신 프로비저닝(Thin-Provisioning)과 프로비저닝 자동화가 요즘 대세다. 평소에는 최소한의 자원만 할당해 사용하도록 하다가 자원이 더 필요하면 신속히 자동으로 늘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신 프로비저닝 자동화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수준에서는 서버 자원 추가 혹은 신설 요청이 수십일에서 수십분으로 줄어든 것, 그리고 IT 관리자가 아닌 현업 부서에서 클릭만으로 자원을 추가 할당할 수 있는 ‘셀프 서비스 포탈’이 최선이다.

서버 가상화에 비해 데스크톱 가상화/애플리케이션 가상화에서는 관리 대상 클라이언트가 확실히 줄어든다. 개별 사용자의 클라이언트 환경 하나하나에 대해 보안 업데이트,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각종 소프트웨어 패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된다. 이전에도 이런 업무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패치 자동화 툴인 데스크톱 관리 솔루션(DMS)도 있지만 클라이언트 가상화 환경에서는 서버에 둔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 한 번만 작업하면 된다.

이런 편이성은 외부 근무자 환경이 많은 업종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보험영업대리인들은 자신의 노트북을 갖고 있는데, 보험사에서 외부 프리랜서인 이들의 노트북까지 관리해주기는 어렵다. 기껏 새로 기업포탈을 새로 구축했지만 구버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영업 프리랜서들의 노트북에서는 접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별 영업대리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애플리케이션 가상화로 해결할 수 있다.

Q4. 서버 가상화는 이제 스토리지 가상화와 같은 방식으로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

A4. 애석하게도 아직 그렇지는 않다. 가상화의 원조가 메인프레임이라면 그 뒤에 가장 활발한 가상화 기술 발전은 스토리지에서 일어났다. 데이터의 엄청난 증가와, 9.11 뉴욕 테러 사건 이후 데이터 유실이 비즈니스 연속성에 가장 위협적이라는 사실이 인식됐기 때문이다.

스토리지 가상화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논의돼 왔다. 여러 스토리지를 애플리케이션에서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공유하는 것, 그리고 이기종 스토리지 간 데이터 복제 및 이동, SAN 스위치에서의 가상화다. 이 중 첫 번째인 여러 이기종 스토리지들을 단일 스토리지 풀로 만들어두고 공유하는 방식에서는, 스트라이핑 방식으로 여러 스토리지에서 십시일반격으로 스토리지 자원을 모아 한 애플리케이션이 이용할 수 있다.

서버의 가상화는 단일 서버에 여러 가상 머신을 만들어 서버 1대의 CPU, 메모리 자원을 나눠 사용하거나, 혹은 A 서버, B 서버로 애플리케이션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용하는 것이지만 스토리지 가상화에서처럼 A 서버에서 자원 일부를, B 서버의 자원 일부를 모아 하나의 공유 풀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Q5. 가상화가 필수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유연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A5. 유연한 서비스가 어떤 것을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가상화가 필수다. 따라서 클라우드에서 자원 재배치는 유연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 사용하던 서비스를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 혹은 기업 내부로 이전하는 서비스 마이그레이션은 지금과 같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데이터센터 이전과 마찬가지의 부담을 준다.

서버 가상화의 혜택은 비용 절감, 관리 용이성 그리고 자유로운 자원 재배치다. 한 대의 서버에 여러 가상 머신을 두기도 하고, 물리적인 서버들을 한 데 공유 풀로 묶어 한 애플리케이션이 a 혹은 b, c 서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원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 애플리케이션에서 더 많은 자원을 요구할 경우 유휴 상태인 서버 자원을 바로 할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HP 이창훈 부장은 서버의 리드타임, 즉 서버 혹은 서버 자원이 필요하다는 주문 요청부터 실제 서버 자원을 제공, 사용할 수 있기까지 통상 33일이 걸리던 것이 서버 가상화를 하면 HP 유닉스 서버 가상화에서는 108분으로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상품 개발을 위한 서버가 필요할 때 기존에는 한 달 후에는 개발 환경을 마련해주었다면 지금은 2시간도 안돼 제공된다는 듯이다.

하지만 이는 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서비스) 안에서의 일이다. 다른 데이터센터로 서비스를 이전할 때는 지금처럼 서버 이전, 스토리지(데이터) 이전을 각각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가 이를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 혹은 기업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싶다면 데이터-서버-애플리케이션을 순차적으로 이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서비스를 A 사업자에서 B 사업자로 전환하려면 서버를 1:1로 매치시켜서 이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데이터 이전도 마찬가지다. 스토리지 이전(데이터 복제)는 원래 스토리지(소스)와 이전할 스토리지(타깃)의 볼륨 크기가 소숫점 몇 자리 단위까지 정확하게 일치해야 복제 솔루션으로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지 업체마다 스토리지 볼륨은 약간씩 다르다. 이 때문에 EMC의 SRDF는 EMC 시메트릭스끼리만, 히다찌(HDS)는 히다찌 디스크끼리만 복제가 된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팔콘스토어의 IP 스토어나 가상화된 SAN 스위치 등 중간자 역할을 하는 어플라이언스를 두고 이기종 디스크간 데이터 복제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대용량 데이터 복제에서는 데이터 이전 속도와 데이터 무결성을 염려해 여전히 디스크 대 디스크 복제 솔루션을 선호한다.

서비스 단위, 즉 ERP 서비스라면 ERP 애플리케이션, 운영하던 서버, 데이터까지 통째로 이전하는 방법이 마련돼야 진정한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한국HP 박성철 차장은 “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다 다른 퍼블릭 클라우드로, 혹은 기업 내부 데이터센터로 도로 불러들이는 라이트백(right back)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트너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이 당분간 프라이빗 클라우드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대세일 것으로 점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