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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⑤]금융, 그룹사 등 가상화로 서버통합 박차Full-Stack 2010. 2. 24. 09:23
최근 들어 금융권과 그룹 계열사,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상화를 적용한 서버통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신규 비즈니스 확장으로 서버 대수가 급증한 상태다. 급증한 서버들의 자원 활용률은 낮고 데이터센터 상면공간 부족도 큰 문제가 됐다.
지난 2000년 초반 이후 비즈니스 영역이 급격히 확장된 금융권, 그룹 차원의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전 계열사의 정보시스템을 한곳으로 모아 관리하기 시작한 그룹들에게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여기에 일부 그룹들이 종량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IT아웃소싱 업체들의 운영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요구도 가상화 도입을 확산시켰다.
◇비즈니스 변화에 따라 보유 서버 급증=현재 가장 활발하게 가상화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은행 등 금융권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2003년부터 사업부제 시행으로 부서간의 실적 경쟁이 치열해졌다. 각 부서들은 수익확대를 위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신규 사업을 출시했다.
또 법규 개정으로 퇴직연금 등 신규 상품이 생겨나고 바젤Ⅱ, 국제회계기준(IFRS) 등 글로벌 규제 적용이 의무화되면서 정보시스템은 계속 증가하게 됐다. 금융상품 고도화와 사업영역 다각화도 서버 도입을 확대시킨 원인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이 시기에 연평균 30% 이상씩 서버가 급증했고 2005년 한해만도 96대의 신규 서버가 도입되기도 했다.
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들은 수익모델을 기존의 매매체결 수수료 중심에서 투자업무 중심으로 재편했다. 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상품을 출시하면서 고객 자산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비즈니스 모델도 마련됐다. 보험사들도 기존의 전통적인 보험상품에서 융복합 보험상품을 출시하면서 고도의 복잡한 예측 능력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 변화는 과거 대비 엄청난 양의 서버를 추가로 보유하게 만들었다.
급증한 서버들로 인해 금융사들은 데이터센터 상면 공간 부족현상을 느끼게 되고 효율적인 서버 운영 방안을 마련해 운영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특정 시점에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처리장치(CPU)의 유연한 활용도 요구됐다. 이러한 방안으로 금융사들은 가상화를 찾기 시작했다.
그룹 계열사들의 서버 가상화 도입은 금융사와는 다소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현재 가상화 도입에 적극적인 삼성, LG, SK, 동부그룹의 계열사들은 모두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이는 IT서비스업체들이 최근 계열사들과 아웃소싱에 대한 비용산정 방식으로 종량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즉, 계열사들은 IT자원을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이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최적의 자원 활용이 요구됐다.
그룹 통합 데이터센터 구축도 한 몫하고 있다. 기존에 계열사들별로 보유, 운영되던 정보시스템은 그룹 차원의 통합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서 한 곳으로 모이게 됐다. 이러다 보니 데이터센터 공간 부족은 물론, 비효율적인 서버 운영의 문제가 대두됐다.
또 그룹웨어 등 그룹 차원의 공동 정보시스템 구축이 늘면서 각자 보유하던 서버를 가상화로 통합하고 있다. 일부 물류, 유통, 운송서비스, 닷컴 등의 업체들을 중심으로 설날 등 특정 시점에 자원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 가상화를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은행 앞다퉈 가상화 적용…그룹 계열사 확대=금융권 중 기업은행이 가장 체계적인 가상화 도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8년 서버통합을 위한 중장기정보화계획(ISP)를 수립해 이 결과를 토대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범사업에 이어 5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서버 통합 대상은 총 404대로 가상화에 의해 69대로 통합하게 된다.
우리은행도 지난해부터 가상화를 통한 서버통합을 추진해 2012년 완료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009년 1차 서버통합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시해 x86서버 100대를 블레이드 서버 20여대로 통합했다. 올해는 유닉스 서버도 포함해 2차 가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 80대의 서버를 6대로 통합하게 된다. 산업은행도 100여대의 x86 서버 통합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외 하나은행, 신한은행, 한국씨티은행들도 모두 가상화를 적용한 서버통합을 추진했다.
지방은행도 적극적이다. 이미 부산은행이 지난해 6월 x86서버 46대를 3대로 통합하는 1차 프로젝트를 진행한 데 이어 작년말에는 2차로 47대의 서버를 3대로 통합했다. 대구은행은 CPU 가상화를 넘어 국내 최초로 메모리 가상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2금융사는 개별적인 서버통합을 추진하기보다는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가상화를 적용했거나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화재 등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최근 가상화를 적용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기존 오금동 데이터센터에서 상암동 우리금융그룹 데이터센터로 이전을 앞두고 현재 서버 통합을 진행 중이다.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 LG, SK그룹 등이 적극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종량제를 도입하면서 IT자산을 IT자원 운영업체인 삼성SDS로 매각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가상화가 이뤄졌다. 향후에는 추가로 종량제가 적용되는 계열사의 서버를 대상으로 가상화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가 종량제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으며 호텔신라, 제일모직 등도 종량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LG그룹도 그룹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LG CNS 주도로 가상화가 이뤄지고 있다. LG CNS는 주로 업무 특성에 따라 현재 100여대 이상의 서버에 가상화를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노후장비 교체시나 신시스템 구축 시 가상화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LG전자, LG화학, GS리테일 등을 대상으로 가상화를 적용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SK C&C 주도로 SK텔레콤과 SK건설 등의 정보시스템에 가상화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SK텔레콤 x86 서버 20대를 2대로, 지난해 말부터 오는 2월까지는 54대를 2대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건설도 지난해 말에는 43대의 서버를 4대로 통합했다. 향후에는 SK그룹포털 서버 49대도 10대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외에 동부그룹, CJ그룹이 가상화를 적용하고 있으며 삼양그룹과 KEPCO는 올해 본격적으로 가상화를 적용할 방침이다.
◇대부분 효과…안정성은 한계=가상화를 도입한 기업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자원 활용의 효율화다. 이런 점에서 서버 가상화를 적용한 기업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 특정 시점에만 트랜잭션이 폭주하는 업무 시스템의 경우 이를 대비할 수 있도록 여러 서버의 자원을 가상의 풀(Pool)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반면 서버 가상화의 한계점도 있다. 현재 서버 가상화는 대부분 x86 서버를 대상으로 한다. 핵심 업무 시스템에 적용되기에는 안정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안정성이 최우선인 계정계시스템이나 거래처리시스템에는 가상화를 적용하지 않고, 장애 발생에도 피해가 크지 않은 업무 위주로 가상화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가상화를 통한 서버통합을 할 경우 반드시 이중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가상화를 통한 서버통합 상황에서 장애가 발생됐을 경우 장애 원인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한철 기업은행 팀장은 “서버 가상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서버 가상화 대상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도입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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